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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물 지국 단상

 예전에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 였던가? 중학교 다닐 때 였던가? TV에서 '캐빈은 13살'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끝나고 후속으로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한 시리즈물을 방영했었죠.

 한 소년이 어떤 동네에 이사를 와서 벌어지는 신기한 이야기들이었는데 예를 들자면 음식물 부패를 방지하는 진공 포장 용기를 응용해서 쌍둥이 아들들과 함께 늙지않고 수십 년 동안 살아가는 한 포장 용기 판매원의 이야기 같은, 일종의 어린이용 '환상특급'물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분실물 지국'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느 날 주인공이 매우 아끼는 소중한 물건을 잃어 버리게 되는데 한 수상한 남자를 미행하던 중 '분실물 지국'이라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분실물 지국'은 전 세계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커다란 조직인데 사람들이 물건을 분실하게끔 하는 것이 그들의 주요 업무입니다. 이렇게 멀쩡한 물건을 통째로 잃어 버리거나 일부 부품이 사라지게 되면 사람들은 다시 비슷한 다른 물건을 사게 되고 그러면 소비가 촉진되어 경제가 활성화 된다...라는 것이 그들 조직의 의도이자 사상입니다. 즉, 우리가 물건을 '분실'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고 사실은 '분실물 지국' 직원이 그 물건을 '훔쳐'간 것이죠.(그렇다고 그들이 훔쳐간 물건을 팔거나 재사용하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분실물들을 다시는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도록 보관만 할 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 유지를안녕을 위한 빅 브라더의 음모라고나 할까요...ㅡㅡ+++

 어쨋든 주인공은 자신이 잃어 버린 물건도 이 '분실물 지국'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알아내고는 물건을 되찾으려고 하지만 '분실물 지국' 사무실의 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거기에 가서 물건을 되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주인공은 빨래방에서 그 해답을 찾습니다!
 사람들은 보통 세탁기를 돌릴 때 마다 양말 한 짝, 속옷 하나씩은 꼭 잃어 버리게 되는데 주인공은 바로 그 이유는 세탁기와 '분실물 지국' 사이에 어떤 통로가 있기 때문이라 추측한 것이죠. 그리고 주인공은 세탁기를 통해 '분실물 지국'에 진입하는데 성공합니다...
 거기에는 온갖 잡다한 분실물들로 가득찬 사무실이 있는데 거기 책임자는 한 번 분실한 물건을 다시 돌려주는 것은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절대로 돌려줄 수 없다라고 거절하지만 물론 주인공은 기지를 발휘해서 물건을 되찾습니다...^^

 제가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제 아침에 문득 '분실물 지국'이 실제로 존재할 지 모른다는 강한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침마다 검도장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수건이나 양말, 속옷 등을 자주 세탁합니다. 그런데 요즘 세탁을 자주하게 되면서 이상하게 수건과 양말의 양이 점점 줄어든다는 느낌이 듭니다...원룸이고 혼자 살기 때문에 세탁물을 딱히 잃어버릴 일이 없을텐데로 불구하고 계속 양이 줄어든다는 것은 누군가(이를텐면 분실물 지국의 직원이) 훔쳐간다는 것 밖에 더 있겠습니까...ㅡㅡ?

 그래도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없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통계 조사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아침에 제 방에 존재하는 모든 수건과 양말의 갯수를 정확하게 파악했습니다. 현재 제 방에 있는 수건은 총 10개(목욕용 대형 타월 1, 일반 수건 9), 양말도 총 10개 입니다...
 이제 정기적으로 세탁기을 돌릴 때마다 재고를 파악해서 만약 정말로 양이 줄어들게 되면 '분실물 지국'의 소행으로 판단하고 저 역시 '분실물 지국'으로 쳐들어 가려고 합니다. 제 방에 있는 세탁기는 크기가 작아 제가 들어갈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그간 제가 아침마다 수건과 양말 부족으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흑...ㅜㅡ) 그 정도 어려움은 감내할 수 있습니다.

 p.s. 혹시 제가 갑자기 포스팅이 뚝 끊기고 연락두절이 되면 물증 확보에 성공해서 '분실물 지국'에 쳐들어 갔다가 일이 잘못되어 저 자신도 '분실'된 것이라 생각하시고 여러분 집의 세탁기를 통해 저 좀 구출해 주세요...ㅡ_ㅡ
 혹시 아나요? 여러분이 예전에 아끼던 만년필이나 볼펜 등을 거기서 다시 되찾을 수 있을지...^^

덧글

  • 바루 2006/09/18 11:56 # 삭제 답글

    흐하하. 이런 시리즈가 있었나요? 캐빈 시리즈는 잘 챙겨봤는데, 이건 도무지 기억나지 않네요.
  • silverbird 2006/09/19 09:00 # 답글

    // 바루
    방영 기간이 다소 짧았기 때문에 내용은 재밌었는데 그다지 주목은 못 받았던것 같네요...^^
  • 두리뭉 2007/01/29 11:55 # 삭제 답글

    제목이 미셸의 환상특급인가 그랬을 겁니다.
    주인공 친구의 할아버지가 살아돌아올 때 할아버지를 그리워했던 친구가 정작 할아버지의 차를보고 공포에 질렸던 게 생각나는군요.
  • silverbird 2007/01/31 19:26 # 답글

    // 두리뭉
    아 그렇군요...근데 아쉽게도 말씀하신 제목으로 검색을 해봐도 관련 내용을 못찾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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