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타서비스 정액제에 대한 사업자의 고민

천만원이 나와 버린 T요금제
HSDPA 요금제 이대로 괜찮을까요?

최근 HSDPA 서비스가 얼리어댑터들을 시작으로 점차 확대되면서 다시금 데이터 서비스 정액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3월이면 KTF와 SKT가 본격적으로 HSDPA서비스 경쟁을 시작할 것이고 4월이면 KT의 Wibro 사업이 확대될 예정으로 있기 때문에 예정대로라면 2007년도는 제대로 된 이동 통신 데이터 서비스의 원년으로 기록될만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CDMA 데이터 서비스는 안습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런데 무선 데이터 서비스 요금제가 어설픈 종량제를 표방하는 바람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제 막 꽃피우려는 무선 데이터 서비스가 종량제로 인해 사용자의 외면을 받고 제대로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들이죠...
사실 지금의 요금 정책대로라면 자칫 이동 통신 데이터 서비스로 영화 몇 편 봤다간 신용 불량자 되기 쉽상이겠죠...
따라서 데이터 서비스를 정액제로 해야 된다는 의견이 많고 적어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합당한 의견입니다.
그런데 사실 사업자 입장에서 볼 때 참으로 고민이 많을 사항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정액제를 실시 했을때 가장 먼저 봉착하게될 문제는 수많은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처리 문제입니다.
현재 음성 통신이 시간에 대해서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견이 없습니다. 망 규격을 봤을 때도 음성 통신은 Circuit(회선)망으로 되어 있습니다.
회선망은 통신 호가 연결되었을 때 실제 사람이 대화를 나누던 조용히 있던 간에 하나의 회선을 독차지 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A와 B가 통화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는 둘 사이에 맺어진 통신 회선은 온전히 그들만의 차지입니다.
결국 코어 망 입장에서는 하나의 회선을 낭비하고 있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즉, 다른 사람이 그 회선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죠. 만약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통화를 하게 되면 사용할 수 있는 회선 한계를 초과할 수 있게 되고 결국 회선망이 부족해서 더이상의 통화 연결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혹시 경험해 보신 분들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발렌타인데이나 첫 눈 오는 날, 크리스마스 이브와 같은 특별한 날에 전화통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따라서 음성망은 마치 주차장처럼 해당회선을 어떤 사람이 사용하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이 해당 자리를 이용할 수 없는 구조이므로 시간제를 통해 회선의 사용량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반면 데이터 서비스는 패킷 통신망입니다. 패킷 통신망은 A와 B가 통신이 연결되더라도 회선을 완전히 독차지하는 구조가 아니라 공용 회선을 여러 세션끼리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A와 B는 서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때만 해당 회선을 사용하게 됩니다. 따라서 A와 B가 오랫동안 연결 상태에 있더라도 망의 리소스를 낭비하지는 않습니다.(그래서 데이터 서비스는 시간이 아니라 패킷량에 대해서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액제를 실시했을 때 수많은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동시에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할 경우에 발생합니다. 유선 망의 경우 고정된 노드를 통해 패킷이 발생되기 때문에 패킷량이 폭주하는 지역에 대해서 해당 지역의 망을 증설하는 방식으로 유연한 처리가 가능합니다만 이동 통신망은 그 특성상 사용량에 대한 처리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무선 통신은 무선 주파수를 이용하게 되는데 무선 주파수는 잡음 문제를 처리하는 기술이 대단히 까다롭습니다. 단말기와 기지국간에 암호화된 무선 신호를 주고받게 되는데 하나의 기지국에서 처리할 수 있는 단말기의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물론 유선 망 역시 하나의 게이트웨이에서 처리할 수 있는 노드의 양은 한정되어 있고 따라서 노드의 수가 늘거나 사용량이 폭주하게 되면 회선을 증설하게 됩니다.
그런데 무선의 경우는 단순한 증설이 해답이 되지 못합니다. 즉, 특정 지역에서 동시에 데이터 서비스를 사용하는 단말의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단순히 해당 지역에 기지국을 증설하는 것이 능사가 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그 이유는 화이트 노이즈에 있습니다. 화이트 노이즈는 간단히 말해서 여러 사람이 좁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하게 되면 주위 사람들의 소리 때문에 내가 이야기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현상과 비슷합니다. 즉, 기지국을 증설하게 되면 도리어 그 기지국에서 발생되는 무선 주파수에 의해 다른 기지국의 신호가 약해지는 현상입니다. 결국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전력 제어 및 기지국 설계가 필요합니다.(유선망보다 비용이 많이 들죠)

물론 현재 이동 통신망은 이런 무선 망의 리소스 부족 문제(뿐만 아니라 사실은 단말기 전력 제어 문제도 포함되지만)를 해결하기 위해 dormant 기능 및 sleep mode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장시간(보통 20초 정도) 패킷을 주고 받지 않을 경우 무선 망 사용을 잠시 중지하고 말그대로 sleep mode상태로 들어 갑니다. 그러다가 다시 패킷을 주고 받아야 할 순간에 활성화가 되는 것이죠. 이런 구조로 인해 무선 리소스의 낭비를 막습니다. 그러나 뒤에서 언급하겠지만 skype와 같은 음성 통신을 데이터 서비스로 이용할 경우에는 이런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sleep mode를 이용할 경우는 2.56초 혹은 5.12초 간의 sleep timer에 의해 동작하므로 다시 활성화가 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1.28초 혹은 2.56초의 대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잠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다시 말을 하게 되면 적어도 2~3초 정도 후에 상대방에게 내가 한 말이 전달된다는 뜻입니다.  음성 통화같은 실시간 미디어에서 이 정도의 대기 시간은 사용자에게 큰 불편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사용중인 PTT와 같은 데이터 패킷을 이용한 음성 통신 서비스에서는 강제적으로 이런 sleep mode나 dormant mode를 막도록 처리합니다.

게다가 패킷 사용량이 폭주하는 문제뿐만아니라 현재의 이동 통신망구조가 PDSN혹은 SGSN이라는 서버에서 단말기에게 IP를 할당하여 사용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IP 리소스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미 유선망에서도 IPv4에 대해서 IP 주소 부족 문제에 대한 이슈가 오래전부터 제기되었지만 가상 IP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우회해나가고 있는데 이동 통신까지 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되게 되면 이 문제는 훨씬 빠르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역 같은 곳에서 수천/수만명의 사람들이 동시에 데이터 서비스를 수행하려 한다면 해당 지역의 단말을 처리하는 서버는 IP주소가 부족해서 서비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것 역시 기존의 유선망에서 사용하던 공유기 기술을 이용하거나 IPv6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이 경우 해당 제도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를 위해 기존 3GPP표준의 개정이 필요할 것입니다.(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뜻이죠)

따라서 아마도 이동통신 사업자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에 대한 깔끔한 해결방안이 없는 이상 종량제를 통해 강제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을 조절하고 싶을 것입니다.

둘째, 데이터 서비스를 정액제로 할 경우 기존의 음성 통신망 사업 자체가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미 skype와 같은 인터넷을 통한 음성 통신 서비스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고 심지어 skype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가 보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동 통신 데이터 서비스가 정액제를 실시하게 된다면 사람들은 더이상 음성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skype를 이용하면 국제 전화까지 공짜로 사용할 수 있는데 누가 음성 통신을 이용하겠습니까? 저희 회사만해도 외국에 출장가 있는 직원분들과의 conference call은 skype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HSDPA...아니 기존의 EVDO 정도만 되도 패킷 데이터를 이용한 음성 통신은 기존의 음성 통신망을 이용하는 것과 퀄리티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데이터 서비스가 정액제가 되고 이것이 활성화 된다면 음성 통신망이 사장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음성망으로 돈 벌던 이동 통신 사업자의 수익은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제가 몇 년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SKT가 음성 통신 요금으로만 얻는 '순수익'이 한달에 1천억원이 넘는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가입자가 더 늘었으니 더 늘었겠죠...
데이터 서비스 요금을 한달에 3만원 정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SKT의 현재 가입자가 2천만 정도 되니 한달에 6천억의 '수익'을 벌수 있겠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 때 얻게 되는 '순수익'은 어느 정도가 될까요? 서비스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지금처럼 수익이 늘어날 여지가 없는 것이죠. 이동 통신 사업자로써는 오히려 데이터 서비스가 활성화 되는 것이 두려울 수 도 있을 것입니다.
때문에 이미 정액제를 실시하고 있는 북미 이동 통신 업체들도 오히려 최근에 종량제나 QoS를 통한 패킷 서비스 관리 기능을 고려하고 있습니다.(저희 회사도 이와 관련된 과금 시스템을 북미권에 지속적으로 제안하고 있구요.)

물론 현재 실시 예정인 패킷 서비스 종량제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음성 통신과 달리 패킷 통신은 사용자가 그 사용량을 통제하기가 힘들다는 점(특히 요즘같은 Interactive현태의 웹 서비스는 특히 더 그렇죠.), 무선망에서 발생하는 패킷 손실이나 유실에 대한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깔끔한 과금 정책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현재 모 이동 통신 사업자의 경우는 패킷 손실에 의한 재전송 패킷 요금이 사용자에게 부과됩니다.)등이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그러나 정액제 역시 사업자 입장에서는 바로 수용하기가 참으로 껄끄러운 문제입니다.

이동 통신 사업자들은 지금 아마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동 통신 데이터 서비스가 대세인 것은 알고 있지만 이 대세를 적극 수용하자니 예전에  CDMA가 보급되면서 유선 전화가 잠식된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게다가 서비스가 활성화 될 수록 처리해야할 숙제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 눈에 뻔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동 통신 데이터 서비스 요금제는 저 같은 일개 개발자 입장으로써는 좋은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좋은 대안을 대놓음으로써 이동 통신 데이터 서비스가 지금까지처럼 형식적인 모습이 아닌 제대로 된 서비스로써 거듭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by silverbird | 2007/02/22 09:59 | 단상 | 트랙백(1)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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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하루 at 2007/03/14 08:17

제목 : iSkoot - Skype를 셀폰에서 사용하다???
Skype 라는 서비스 이제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좋은 음질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요즘은 VoIP 또는 인터넷 전화라는 용어 보다는 그냥 우리 Skype로 얘길하자라는 얘기들은 이곳 저곳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한다. 물론 Smartphone (Windows Mobile, PocketPC 기반)을 사용하는 경우......more

Commented by 달리 at 2007/03/08 08:26
그냥 오픈, 오픈으로 가고 있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말이죠, 갑자기 이번 해에 모든 무선 과금 상품들이 unlimited란 단어를 앞에 붙여서 나오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silverbird at 2007/03/08 09:14
// 달리
아...그렇군요...
우리나라 사업자들이 북미 이동통신 업계의 향후 행보를 주의깊게 지켜봐야겠는데요?
이제 정말로 BCN(광대역 네트워크 통합)이 머지 않은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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