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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매트릭스, 트루먼쇼 단상

위 영화들의 공통점이라면 아마도 절대자에게 반항하다 산전수전공중전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

밀양에서 이신애는 남편과 자식을 잃은 상처를 하나님을 향한 맹목적인 신앙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그리고 잠시동안이나마 마음에 평안을 얻는다.
매트릭스에서 인간들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인공지능 컴퓨터에 의해 가상 현실속에서 소소한 일상을 살아간다.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은 한 TV 프로그램 감독의 철저한 관리하에 지극히 평온한 삶을 영위한다.

사실 그들의 그런 삶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신애는 자신이 용서하려고 마음먹고 찾아간 유괴법이 이미 하나님의 용서를 받아 마음에 평안을 얻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매트릭스의 인간들은 자신이 컴퓨터에 의해 삶이 조종받는다는 현실을 깨달았을 때...
트루먼은 자신의 모든 삶이 TV쇼라는 사실을 눈치챘을 때...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다...

신애는 자신에게 용서라는 사소한 권력마저 허락치 않는 하나님의 모습에 분노하고 이후 줄기차게 하나님에게 도전한다. 심지어 그녀는 영화의 마지막에서 머리를 자르러 들어간 미용실에서 하필 자기 아들을 죽인 유괴범의 딸이 일하고 있었고 그녀가 자신의 머리를 자르게 되자 참지못하고 밖으로 뛰쳐나온다. 아마도 그녀는 그 순간의 우연적 상황을 또다시 자신에게 용서를 강요하는 하나님이 계획한 어떤 것이라 생각했으리라... 결국 그녀는 자신의 힘으로 머리를 손실한다.
하지만 그녀는 하나님에게서 벗어난 이후 끊임없이 상처받고 괴로워 한다. 한낱 지렁이를 보고도 놀라는 자신의 변변찮은 모습에 실망하여 오열하기도 하고 괴로운 과거의 상처를 이기지 못해 자해하기도 한다.

매트릭스에서 컴퓨터의 제어를 벗어난 인간들은 비록 자유를 얻었을지 모르지만 스테이크 대신 정체불명의 죽을 먹으며 언제 센티넬이나 요원들에 의해 죽음을 당할 지 몰라 불안해 한다. 심지어 네오 일행을 배반하고 스미스의 첩자가 되는 사이퍼는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지금의 기억을 지우고 다시 가상 현실로 돌아가게 해줄 것을 요구하기조차 한다.

트루먼 쇼의 마지막에서 트루먼에게 TV쇼 감독은 '지금 이곳은 니가 주인공이고 전세계 사람이 너를 좋아한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순간 이 모든 것이 끝'이라고 경고한다. 영화는 트루먼이 셋트 밖으로 나가는 것으로 끝이 나지만 아마 그에게는 냉혹한 현실만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까?

인간은 참으로 잘난 존재다. 그래서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꼴을 참지 못하나 보다.

군대가 괴로운 것은 육신이 힘든 것도 있겠지만 아마도 24시간 누군가의 통제와 감시를 받으며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돈에 그토록 탐닉하는 이유는 어쩌면 돈이 자유의지를 보장하는 가장 확실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게 돈에 탐닉하면서 돈에 지배를 받는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기독교가 지금껏 이렇게 널리 전파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고 계신다.'라는 교리 때문이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라...무소불위, 전지전능한 절대자가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고 우리는 그의 자녀란다... 지배를 받는 종의 신분이 아니라 한없는 사랑받는 자녀이며 그래서 이 세상의 다른 피조물을 다스리고 번성하라 했으니 얼마나 뿌듯하고 멋진 일인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일까? 행복한 삶? 무릇 사람마다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누군가의 지배를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의지, 더 나아가 권력에 대한 욕구는 평온한 삶만큼이나 인간이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p.s. 요 며칠 사이에 우연히 밀양, 매트릭스, 트루먼 쇼를 보게 되다 보니 이런 망상을...^^

덧글

  • Gene 2008/05/29 11:04 # 삭제 답글

    저도 세 영화를 참 재미있게 봤는데..
    이렇게 통찰력있는 해석은 못 해봤네요..ㅋㅋ

    밀양, 매트릭스, 트루먼쇼..
    정말 그런거 같네요.. 뭔가가 일맥상통하는...

    글 퍼가도 될까요?
  • silverbird 2008/05/29 19:25 #

    트랙백과 링크의 미덕을 발휘하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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