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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해 그리고 너를 위해 단상

 예전에 대학 시절 밴드 활동을 했다. 정말이지 음악써클의 군기는 그 시절 군대보다도 더 심했다. 모두들 군대를 갔다오고 나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가 '군대가 써클생활보다 더 편했어요~' 였다. 물론 나 역시 그랬다. 오죽하면 자대 배치 처음 받았을 때 고참 하나가 긴장하는 빛 하나 없이 너무나 넉살좋게 내무반 생활을 하는 나를 보곤 '너 솔직히 다른 부대에서 사고치고 여기로 전출받아온거지?' 라고 물어 볼 정도였으니까...
 특히 매년 봄/가을에 하는 정기 공연을 앞두고는 하루라도 대가리를 안 박으면 머리에 비듬이 생길 것 같았고 며칠 아무일이 없으면 동기들끼리 오히려 더 불안해했다. 차라리 몇 대 맞고 나면 술이라도 얻어먹을 수 있고 엉덩이에 멍이 가실때까지는 한동안 잠잠할텐데...뭐 이러면서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91학번 선배 하나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넌 써클을 위한다는 말이 무슨 뜻이라고 생각하니?"
"......?"
'형들이 맨날 우리들 집합시켜서 얼차려하고 때리고 이러면서 항상 이건 써클을 위해 이러는 거라고 그러는데 도대체 그게 뭘까?'
"......."
"결국 따지고 보면 써클은 너나 나나 이렇게 써클에 속한 사람들의 모임인건데...그러니까 써클을 위한다는 건 결국 너나 나를 위한다는 뜻일텐데...왜 써클을 위한다면서 너나 내가 대가리 박고 서로 맞고 때리고 이러는 걸까?"
"......"
 그로부터 약 반 년 후 그 형은 써클을 탈퇴했지만 난 여전히 써클에 충성을 다 했고 나 역시 써클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후배들을 집합시키고 얼차려를 주고 때리기도 하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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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도장에서 수련을 하다보면 괴롭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때가 있다. 가끔은 손목이나 옆구리, 어깨 쪽에 부상을 입기도 한다. 그럴때면 내 몸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인데 오히려 몸을 혹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곤한다. 어쨌거나 나는 나를 위해 내 몸을 혹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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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말이면 TV에서 불우이웃을 돕는데 헌신을 다하는...이웃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대개의 경우 그들은 이렇게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때론 힘들때도 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선행은 남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자신의 행복을 위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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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PD수첩에서 소위 '한 물간 정치인'들이 지금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취재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풍에 걸려 인터뷰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한 정치인이 평소 즐기는 애창곡을 불러달라는 요청에 애국가를 또렷한 발음으로 노래하는 장면을 보며 난 솔직히 감동했다. 권력에 취해 바보짓만 하는 줄 알았던 그네들도 어쩌면 정말 뭔가 신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 그런데 막상 뉴스에서 접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헷갈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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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어린 시절 배웠던 신은 자신의 영광을 위해 만물을 창조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영광을 돌리는 인간에겐 무한한 사랑을 베풀지만 그렇지 못한 인간들에겐 냉혹한 심판을 내리곤 했다. 그렇다면 내가 배웠던 아가페(인류를 향한 신의 절대적인 사랑)은 무엇을 위한 사랑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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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오면서 많은 '~를 위해'라는 말을 들어왔다. 가족으로부터, 사랑하는 이로부터, 선/후배/친구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직장 상사로부터... 그럴 때마다 '그런데 왜?' 라는 반문을 하곤 한다. 그리고 아마 내가 '~를 위해'라고 외칠때마다 그들도 그랬을지 모른다... '그런데 왜?'
 요즘은 '~를 위해' 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뭐...그냥' 이란 말로 얼버무리는 때가 많아졌다. 어쩌다보니 줏대없는 인간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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