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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일 비가 오면 소풍을 가게 될까? 단상

1) 나는 내일 날이 맑으면 소풍을 갈 것이다.
2) 나는 내일 비가 오면 소풍을 가지 않을 것이다.

 위 두 문장은 얼핏 같은 의미를 가진 것 같지만 까칠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1)문장은 내일 날이 맑으면 반드시 소풍을 갈 것이지만 비가 온다고 해서 꼭 가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2)문장은 내일 비가 오면 반드시 소풍을 가지 않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날이 맑으면 꼭 소풍을 가겠다는 것도 아니다. 좀 더 확실하게 차이점을 보이기 위해 위 두 문장을 기호로 표기해보자. '내일 날이 맑다.'라는 명제를 P라고 하고 '소풍을 간다.'라는 명제를 Q라고 해보자. 그러면 P의 반대 즉, '내일 비가 온다.'는 ~P(not P)가 되고 '소풍을 가지 않는다.'는 ~Q(not Q)가 된다. 이제 1)과 2)는 아래와 같은 진리표가 만들어진다.

  P  Q  ~P  ~Q  P->Q  ~P->~Q
  T  T    F     F     T          T
  T  F    F     T     F          T
  F  T    T     F     T          F
  F  F    T     T     T          T

 하지만 사람들은 위 두 문장을 거의 구분해서 사용하지 않는다. 대개의 경우 1)과 2)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며 '내일 날이 맑으면 그리고 그 경우에만 소풍을 갈 것이다.' 라고 이해한다. 역시 기호로 표기한다면 (P->Q)∧(Q->P) 혹은 P≡Q 인 것이다. 바로 이런 사람들의 오해를 잘 이용하면 여러분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고도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즉, 명분와 실리를 동시에 취하는 것이다(이걸 다른 말로 '정치적'이라고 한다).

 마침 어린이날이기도 하니 자식 키우는데 인생을 낭비하는 헌신하는 부모들의 예를 들어보자. 보통 유아 교육 전문가들은 교육상 좋지 않다고 충고하지만 많은 부모들이 자식과 수많은 거래를 통해 서로의 원하는 바를 얻는 편이다. 가령 '이번 시험 100점 맞으면 NDS 사주지~'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자식이 시험 100점 맞으면 좋은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NDS를 사주는 것은 아이들 정서/발육 상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일단 돈이 너무 아깝다...(가만 그 반대였던가...?) 그렇다고 100점 맞았는데 NDS를 사주지 않는다면 그것 역시 부모/자식 간의 신뢰를 져버리는 일이므로 앞으로 있을 자식과의 거래에 있어 큰 어려움을 초래하게 될 것이다(부모: 이번 시험도 100점 맞으면... 자식: 즐쳐드셈ㅗ-ㅠ-ㅗ져버내도글케마래노쿠NDS쌩까노쿠선ㅡ,.ㅡ). 따라서 이런 경우 부모들은 위에서 설명한 논리적 함정을 이용할 필요가 있다. 즉, 앞으로 아이들과 거래를 할 때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이번 시험 100점 못맞으면 NDS 안 사주지~'
 이 문장이 이해가 가지 않으면 '이번 시험 100점 맞는다.'를 P로, 'NDS 사준다.'를 Q로 놓고 위 진리표에 대응시켜보기 바란다. 아 물론 아이들이 부모의 이런 논리적 설명에 수긍할런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지난 번 총선에서 모 국회의원은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 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정책을 반드시 추진하겠다.' 가 아니라 '~정책을 반드시 저지하겠다.' 라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것도 코메디지만 이런 공약은 상당히 위험 부담이 큰 공약이 아닐 수 없다. 단순히 다수당이 될 뿐만 아니라 개헌을 위한 의석수를 차지하는 것을 막을수 있을지 없을지가 이슈였던 정부 여당을 상대로 원내 교섭 단체조차 구성하기 힘들 것이 명약관화한 소수 정당의 대표께서 이 공약을 지키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이기 때문이다. 암튼 다행히 당선은 됐지만 공약을 못지킨 거짓말쟁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애초에 해당 공약을 다음과 같이 수정해서 내세웠다면 어땠을까?
 '제가 당선이 못되면 대운하 사업의 악몽은 현실이 되고 말 것입니다. 여러부운~'
 이제 이 국회의원이 대운하 사업을 막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게 된다. 아 물론 이 공약에도 약점은 좀 있다. 만약 낙선했는데 대운하 사업이 취소된다면 이 공약은 거짓이 된다. 하지만 뭐 어떤가? 어쨌든 대운하 사업은 취소됐지 않은가? 단지 한 사람이 낙선한 거짓말쟁이가 됨으로써 국가적 재난을 막았으니 이쯤되면 고귀한 자기 희생이라 할만하다.

 이상의 몇 가지 예에서 살펴보았듯이 논리적인 말하기를 생활화하게 되면 여러분은 정직한 사람으로 살면서도 손해보지 않고 살 수 있다(대신 말년이 좀 쓸쓸할 수도 있다).


덧글

  • 지민아빠 2008/05/06 15:06 # 삭제 답글

    지금도 열심히 낭비중인 제 인생도 수 많은 거래로 이루어져 있기는 하죠. ㅎㅎ
  • silverbird 2008/05/06 22:17 # 답글

    //스티브 맥퀸
    인생을 낭비한 그대는 유죄! (탕탕탕)
  • roconeco 2008/05/14 10:28 # 삭제 답글

    자식 키우는데 인생을 낭비하는 1人
  • 전준영 2009/07/02 21:10 # 답글

    각개인은 자기가 갖는노동력 기타의 생산요소를 사회적 생산활동에 참여하거나 제공하여 그한계 생산물의 가치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한다는것이 분배의 원칙이 되고있기때문이다.여기에는 ●서로다르것●은 다르게 다루어야한다는 공정의 원칙이 내세워져있는것이다 .

    <문제>
    검정동그라미 <서로다른것>의 의미로 가장 적절한것은?
    1.능력원리차의
    2.사회적 생산물의 총량
    3.한계 생산물의 가치
    4.공헌에 따른 보상
    5.필요성의정도

    언어영역문제인데요...제발좀 풀어주심안될까여..


    아그리고 네이트온아이디좀알려주심안되나요 제발부탁드립니다...ㅠㅠ

    또한 문장을 수적으로나 기호로 표현하는학문은없나요?그러면 문장을쉽게이해할수있을거같은데 ㅠㅠ
  • silverbird 2009/07/03 11:14 #

    1. -_-
    2. 네이트 아이디 없습니다...
    3. 서점에서 '기호 논리학' 책을 찾아 보세요.
  • 강경ㅋ 2012/06/29 01:46 # 삭제 답글

    블로그 재밌네요
    공부를 안하면 맞는다
    여기서 안맞으면 공부한다라는 말이나오는데
    재밌지않나요?
  • gimmesilver 2012/06/29 10:18 #

    문장이 시간의 인과적인 문장이라 좀 어색한데 아래와 같이 문장을 고치면 좀 더 그럴 듯 합니다.
    공부 안한 사람은 맞는다 == 안맞은 사람은 공부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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