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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아이, 같은 꿈을 꾸지만 다른 길을 가는 두 아이 이야기 취미



 '소리아이'는 판소리 명창(名唱)을 꿈꾸는 수범, 성열 두 아이와 그런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에 대한 다큐 영화입니다. 부산 영화제 지원을 받아 만들어 졌고 9월 18일에 개봉을 했습니다(상영관은 몇 개 안됩니다). 원래는 '우리는 액션배우다'를 보러 갔는데 상영이 끝났길래 소재가 독특해 호기심 반으로 본 영화입니다만 대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막연히 판소리 신동들에 대한 이야기겠거니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법 삶에 대한 쉽지 않은 화두를 던져주면서도 픽션보다도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수범이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소리꾼을 꿈꿨으나 부모의 반대로 꿈을 저버릴 수 밖에 없었고 지금도 판소리를 배우고 싶으나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아쉬워 합니다. 대신 그는 자신의 못다이룬 꿈을 아들이 이루기를 바라며 수범이가 어릴 적부터 판소리를 배우도록 물심양면으로 힘씁니다. 때문에 수범이는 풍족한 집안 형편에 전폭적인 아버지의 지원까지 힘입어 6살 때부터 우리 나라의 내노라하는 명창들에게 정식으로 소리를 배웠고 각종 어린이 판소리 대회를 휩쓰는 전형적인 엘리트입니다. 심지어 벌써부터 나중에 세계적인 소리꾼이 되었을 때를대비해서 영어,서예,무용 등의 각종 학원을 다닐 정도입니다. 그리고 수범이는 이제 엘리트들이 흔히 겪는 슬럼프와 남자 아이라면 누구나 거치게 되는 변성기 때문에 고민합니다.

 성열이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예술 학교에서 정식으로 소리를 배웠고 일반부 판소리 대회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재능이 있었으나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해 지금은 상의 주머니에 항상 소주병을 차고 다닐 정도로 술에 쩔어 사는 삼류 소리꾼입니다. 그래서 그 역시 자신이 못다이룬 한을 자식을 통해 풀고자 말도 제대로 못하던 어린 시절부터 성열이에게 직접 소리를 가르칩니다.
 성열이는 3살 때 아버지가 하는 소리를 잠꼬대로 따라 부를 정도로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형편때문에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하고 그저 아버지에게 귀동냥으로 소리를 배웁니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엄마도 없이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며 이런 저런 지방 행사에서 소리를 하며 돈을 법니다. 심지어 성열의 아버지의 자식 키우는 방식은 대단히 강압적입니다. 아들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자'아빠도 술 취하면 바지에 오줌 싸니까 니도 그냥 바지에 싸라' 하고 흥부가에서 놀부가 흥부를 혼내러 가는 대목을 가르칠 때 '아빠가 너 때리러 갈때 어떻게 하디? 이 부분은 그런 느낌으로 소리를 해야 하는 거시여' 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습니다. 심지어 카메라는 성열이가 옷 갈아 입는 장면에서 폭행의 흔적을 은근히 내비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열이가 보여주는 행동이나 말들은 놀랍습니다. '너 계속 소리할텨? 그거 하면 드러운데도 계속 소리할텨?' 라는 질문에 '예 계속 할래요' 라고 대답하고 인터뷰에서 '판소리 어떻게 생각해?' 라고 묻자 '제일 좋아요...아버지 다음으로 제일 좋아요...좋은 대목, 안 좋은 대목, 슬픈 대목...소리에는 우리의 살아 온 인생이 담겨 있어요' 라고 말합니다. 정말이지 도저히 10살 남짓의 아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진중함과 깊이, 열정, 순수함 등이 복합적으로 느껴집니다(때문에 관객들은 성열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탄식과 웃음을 멈추지 못합니다).

 이렇듯 영화는 언듯 비슷해 보이지만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걷는 한 아이와 시궁창같은 인생의 무게를 판소리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견뎌내는 또 다른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약자에게 동정심이 갈 수 밖에 없는게 사람의 심리인지라 소리는 수범이가 훨씬 잘하지만 힘든 조건에서도 꿋꿋이 꿈을 키워나가는 성열이에게 정이 더 가게 되더군요.

 대개의 다큐 영화들은 극적인 재미를 위해 작위적이 되거나 작위적이지 않기 위해 지루해집니다만 소리아이는 두 가지가 잘 조화된 영화입니다.

 p.s. 아래 동영상은 성열이가 4살 때 전국 노래 자랑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는 장면입니다. 그냥 보면 그저 '쬐그만게 노래 잘하네' 하겠지만 영화를 보고나니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드네요. 마지막 부분에서 송해 선생님도 그런 걸 느끼셨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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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mmesilver's blog : 소리 아이 그 이후 2017-02-21 20:2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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