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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서점, 베스트 셀러 단상

 일주일에 한 두번씩 회사 근처 서점(반디 앤 루니스)에 가서 책 구경을 하곤 한다. 마음 같아서야 사고 싶은 책 잔뜩 사고 싶지만 읽는 속도가 느려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도 하고 지난 번 이사 때 새로 산 책장이 거의 꽉 차서 요즘은 자제 중이다. 우리 나라에도 아마존 킨들같은 괜찮은 단말기와 전자책 출판 인프라가 있으면 좋겠는데 아쉽기만 하다.

 베스트 셀러 코너에 가니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가 1위더라. 무척 잘 쓴 책이기도 하고 원래 철학 중에 윤리 철학이 비교적 재미있는 분야이긴 하지만 그래도 철학 책이 종합 1위라니 대단하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비해 요즘 인문학 서적 신간이 비교적 활발히 나오는 것 같은데 적어도 '인문학 고사(枯死)' 운운할 정도는 벗어나지 않았나 싶다.

 반디 앤 루니스에 갈 때마다 항상 못마땅한 것이 하나 있는데 자연 과학 코너에서 건강 관련 서적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굳이 관련성을 따지자면 '교양 의학 서적' 쯤으로 분류한 듯 싶은데 내 생각엔 얼핏 봐도 과학적 사고는 커녕 근거조차 희박해 보이는 몸 가꾸기나 사이비스런 대체 의학 서적은 처세/자기개발 관련 서적으로 분류해야 그 수준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뭐 자기 자랑에 잉크가 마르지 않는 수필 쪽도 괜찮겠고...
 심지어 와인 열풍이 불던 작년 경에는 자연 과학 베스트 코너에 있는 책들 중 초콜릿 복근 만들기 책이 반, 와인 맛있게 먹기 책이 반이더라.

 그 와중에 자연 과학 베스트 코너를 꿋꿋이 지키던 교양 과학 책이 하나 있었으니 그게 '이기적 유전자'다. 이 책은 몇 년 째 베스트 코너에서 10위권 내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확실히 잘 쓴 책이고 기념비적인 책이며 자연 과학 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친 책인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이 책이 베스트 셀러인 것은 전혀 트집 잡을게 없다. 다만...왜 이 책밖에 안 읽냐고요!
 그 많은 자연 과학 분야 중 생물학, 그 중에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진화 생물학 책들만 팔린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같은 진화 생물학임에도 불구하고 도킨스의 책들은 이렇게 잘나가는데 그와 대척점에 있었던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는 점은 다소 문제가 아닌가 싶다(서점의 생물학 코너에 가면 도킨스 책들은 거의 다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되어 있지만 굴드의 책은 찾아 보기가 힘들다). 
 아무튼 좀 더 다양한 자연 과학 분야의 책들이 인기를 얻어서 다이어트 관련 책들 좀 몰아냈으면 좋겠다.

 경제/경영 분야 코너에서 아주 불쾌한 책을 하나 발견했다.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들의 음모'. 부자 아빠 어쩌구 라는 책으로 돈 좀 벌더니 그 돈 지난 번 금융 위기 때 다 날렸나? 다시 약 팔려고 나타났다. 개인적으론 사람들 혹하게 만드는 재주 하나 믿고 설치는 이런 뜨내기는 다소 발작적으로 거부감이 든다.
 근데 내가 기요사키 책 말고도 특별히 싫어하는 책들이 몇 권 있는데 '시크릿(부제: 이 책이 쓰레기라는 건 비밀이야)'와 스펜서 존슨의 책 전부이다. 역시나 아무런 내용도 없이 감언이설 식의 글빨로 약 좀 팔아보려는 부류들이다. 개인적인 생각엔 이들 책이나 귀여니 소설이나 사서 읽기엔 비슷하게 시간 버리고 돈 버리는 짓인 것 같다. 차라리 인터넷 뒤져서 '투명 드래곤'이나 읽는게 낫겠다. 
 내가 왜 이리 흥분하며 이런 얘기를 하는고 하니 시크릿을 쓴 론다 번의 신작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번역본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조만간 기요사키의 책과 함께 이 책이 나란히 베스트 셀러 코너를 차지한 모습을 볼 것 같아 벌써 짜증이 확 밀려온다. 

 언제부턴가 IT관련 베스트 셀러 코너에서 엑셀 책들이 자취를 감췄다(세상에나). 대신 온통 아이폰 아니면 안드로이드 프로그래밍 관련 서적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신간도 마찬가지다. 약 10년 쯤 전에 웹 프로그래밍 열풍에 비견될만하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그 끝이 어떨지 뻔히 보인다. 주위 사람들도 하는 얘기가 다 비슷하다. 결국 청바지 파는 사람만 돈 버는 거라고...하긴 뭐 그래도 이렇게나마 IT출판업계가 먹고 산다면 나쁘진 않겠다 싶으면서도 이런 열풍 속에 또 다시 뜨내기 개발자들이 잔뜩 양산돼어 한 5년 후에 개발자의 현실 운운하며 투덜거릴 것 같아 염려된다.
 내 생각에는 개발자들도 의사처럼 국가 고시같은 거 치르는 자격증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정보 처리 기사같이 한 일주일 정도 기출문제 풀고 시험보면 통과하는 그런 거 말고 최소한 기술사 수준으로...


덧글

  • 지민아빠 2010/09/27 06:45 # 삭제 답글

    시크릿 부제 300% 공감. 재밌는 건 그걸 다 읽고도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꽤 있더라는 이야기 취향차이 라고 이야기 해야 할 듯. 매우 가까운 지인 이므로 비아냥 금지.
  • silverbird 2010/09/30 11:07 #

    뭐 제 주위에도 그 책 좋다는 사람 많습니다만 그래도 그 책이 쓰레기라는 생각엔 변함없습니다.
  • Mastel 2011/06/27 00:05 # 삭제 답글

    시크릿이 얼마나 쓰레긴지 궁금해서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ㅡㅡ
  • silverbird 2011/06/27 10:08 #

    쓰레기 확인차 굳이 사실 필요는 없습니다. 서점에서 읽으세요. 한 10~3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분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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