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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의 경제학 단상

관련링크: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37769 - 실제 작업장을 운영했던 사람과의 인터뷰 기사 
 http://www.dailygame.co.kr/news/read.php?id=44764 - 죄수까지 동원한 중국 게임 머니 작업장


 게임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온라인 게임 특히 MMORPG 에는 '작업장' 이라는 것이 있다. 작업장이란 게임에서 얻는 아이템같은 재화를 현실 세계의 돈을 받고 파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혹은 업체를 말한다.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아마 게임 아이템을 돈주고 사는 행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이런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은 매우 크다.
 심지어 이런 아이템 거래를 중개해주는 전문 사이트도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아이템베이(http://www.itembay.com/)' 라는 사이트가 가장 대표적이다(이 회사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몇 년 전엔 강호동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을 정도이다). 전체 아이템 거래 시장 규모는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고 의견도 분분하지만 언론에서는 대략 1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참고로 이런 아이템 거래 자체는 대법원에서 합법으로 판결된 바 있지만 게임 회사에서는 이용 약관을 통해 이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공정위에서는 이런 게임 회사의 약관이 유효하다고 결정했다. 즉, 아이템 거래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용 약관에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게임의 아이템 거래는 약관 위반으로 게임 회사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여전히 논란이 많으며 관련해서는 위 관련 링크 중 5번째를 참고하기 바란다
 
 어쨌든 이렇게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버는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점점 그 규모가 커짐에 따라 '작업장' 역시 점점 기업화, 대형화, 전문화 되고 있다. 자동으로 캐릭터를 조종해서 게임을 하는 일명 '자동 사냥 프로그램'을 수백 대의 PC에서 돌리기도 하고 인건비가 싼 중국의 경우에는 수십 명의 사람을 고용해서 하루 종일 게임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자동 프로그램을 이용한 작업장 운영 모습,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위 그림은 아마 실제 중국 작업장 모습은 아니겠지만 대략 이런 모습일 듯,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

 왜 사람들은 게임 아이템을 현금을 주고 사는 것인가 하면,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런 이유들의 근원을 따지자면, 사람들은 게임을 통해 현실 세계의 욕구를 대리 충족하기 때문이다. 즉, 좋은 아이템(혹은 멋진 아이템)을 통해 내 캐릭터를 남보다 강하게(혹은 멋있게) 만듬으로써 우월함을 자랑하려는 것이다. 아니 꼭 누군가에게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더라도 게임 상에서 내 캐릭터가 레벨이 오르거나 좋은 아이템을 얻어 강해졌을 때의 뿌듯함은 직접 즐기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묘한 쾌감이라 하겠다. 이를 테면 비싼 명품백이나 애플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심리와 비슷하다. 실세계냐 가상 세계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아이템을 얻으려면 대단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 기획자는 바로 이런 과정을 즐기고 난 후의 적절한 보상의 차원에서 혹은 이런 험난한 과정을 거쳐 귀한 아이템을 얻음으로써 희열을 느끼게 해주려고 컨텐츠를 디자인하겠지만, 때론 이런 과정은 휙 건너 뛰고 결과만을 충족하려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아이템 거래 시장은 존재한다. 쉽게 말하자면 돈은 있고 시간은 부족한 사람을 위해 시간은 많고 돈은 부족한 사람이 대신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게임의 재화를 얻고 이것을 현실 세계의 재화와 교환하는 것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서로의 기회 비용에서 비교 우위가 있는 것을 생산해 다른 것과 교환하는 지극히 합리적인 경제 활동이라 하겠다. 
 가령, 현실 세계에서 일을 하면 하루에 만원밖에 못 버는 사람 A와 백만원을 버는 사람 B가 있고 평균 100시간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게임 아이템 C가 있다면, B는 100시간을 투자해서 그 아이템을 얻는 것 보단 A가 대신 게임을 해서 그 아이템을 얻고 B는 A한테서 아이템 C를 백만원 주고 사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뜻이다. (하루 8시간 기준으로 볼 때 A의 아이템 C에 대한 기회 비용은 12만원에 불과하지만 B의 기회 비용은 1200만원이기 때문에 A는 88만원 이득이고 B는 무려 1100만원이나 이득이다)

 실제 리니지에서 '집행검'이라고 하는 아이템은 적게는 수 백만원에서 많게는 수 천만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그래서 농담삼아 이 아이템을 '집판검'이라고도 부른다). 리니지 사용자 중 상당수가 (일년 수입이 수 천만에서 수 억원인) 30~50대 회사원이나 자영업자이며 그 아이템을 얻기 위해선 일반인이 정상적인 방법으로 하루에 3~4시간 씩 플레이를 할 경우 몇 년은 걸려야 얻을 수 있다(심지어 그렇게 해서 얻는다는 보장도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런 얼핏 생각해선 말도 안되는 이 아이템의 값어치는 실상 경제적인 관점에선 합리적인 가격이 된다.
 물론 '이런 게임 아이템 돈 주고 사서 어디다 쓰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역시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짜리 미술품 사서 어디다 쓰냐는 질문으로 대치해서 생각할 수 있고 (결국 자기 만족이다) 심지어 이런 게임 아이템은 감가 상각이 되는 것도 아니니 내가 쓰다 지겨워지면 다시 그 가치 그대로 되팔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미술품같은 것과 차이가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주장일 뿐이다.)

 암튼 대부분의 게임 회사에서는 이런 현금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작업장을 강력하게 제재하고 있으며 그 이유로 건전한 게임 생태계를 무너뜨린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생태계를 어떻게 무너뜨린다는 것일까? 이 점에 있어서는 사실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있는 형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아이템 거래는 경제적 관점에서 지극히 합리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게임 특히 MMORPG의 경우 현실 세계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가상 세계에서 캐릭터끼리 사회 활동을 형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컨텐츠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작업장'은 자연스러운 게임 컨텐츠 활용 행위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작업장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쓰다보니 내용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이어 가볼까 한다. 우선 예고 삼아 간단히 말하자면 나는 이 부분을 암표상과의 유사점 측면에서 접근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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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immesilver's blog : 게임 아이템 거래와 재산권 2015-02-24 20:13:18 #

    ... 리에서 게임에 접속해 아이템을 주고 받기도 했으나 지금은 이베이와 유사한 중개 사이트를 통해 거래를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예전에 '작업장의 경제학(http://agbird.egloos.com/5624859)' 이라는 글에서 한번 소개한 적이 있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은 매우 거대한 규모로 성장했고 지금도 성장하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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