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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직 채용에 대한 단상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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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개인 메일로 헤드 헌터에게서 연락이 왔었다. 아마 링크드 인에 있는 프로필을 보고 연락한 거 같았는데 괜찮은 자리가 있으니 관심있으면 연락 바란다는 뭐 그렇고 그런 내용이었다.

 그 메일 아래 쪽에는 다른 이들과 주고 받은 메일 스레드가 주욱 달려 있었는데, 그 스레드에는 두 세명 정도의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안하고 그들로부터 답장을 받아 채용을 진행하던 이력들이 전부 나와 있었다. 결국 난 의도치 않게 D모사와 S모사에 근무하던 모 과장과 모 차장이 또 다른 S모 사에 이직을 진행중이던 사실과 핸드폰 번호를 포함한 그들의 몇 가지 개인 정보를 알게 되었다. (심지어 그 채용 내용은 내게 한 제안과 전혀 관련이 없는 한참 전에 진행했던 내용이었다.) 

 이대로 두면 똑같은 실수를 다른 사람에게도 할까 싶어 '제안 주셔서 감사한데 나한테 보낸 메일에 다른 이들과 주고 받은 메일 내용이 같이 첨부되어 있으니 앞으로는 좀 더 주의했으면 좋겠다.' 는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 헤드 헌터로부터 '자기도 메일을 보내 놓고 아차 싶었다. 좋은 지적 감사한다.' 는 메일을 받았는데 그 답장 메일에도 역시나 전에 보낸 메일에 붙어 있던 그 이력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물론 난 그 이후 그 사람과 다시는 메일을 주고 받지 않았다. 그가 제안한 자리에 관심이 없기도 했지만 만약 관심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그 사람을 통해 이직을 알아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경력직 채용이나 이직에서는 지원자의 이직 활동에 대해 최대한 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경력직은 대개 현재 회사에 다니는 상태에서 이직을 진행하기 때문에 자칫 뜻대로 진행이 안 될 경우 현재 회사를 계속 다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이직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동료 직원들에게 알려진다면 서로 불편해질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상급자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되어 이후 평가나 업무 분장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어찌보면 당연한 건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을 내가 가장 많이 느끼는 것이 이른바 '평판 조회'라는 것이다. 평판 조회(흔히 레퍼런스 체크라고 부른다)란 지원자와 예전에 직간접적으로 같이 일해봤던 사람들의 평가를 알아 보는 것을 말한다. 
 채용 시 이력서, 과제, 면접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사람을 평가하긴 하지만 역시 직접 같이 일해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만큼 괜찮아 '보이는' 것도 없다. 그렇다보니 요즘은 인맥을 최대한 동원해서 지원자의 옛 직장 동료들의 평가를 들어 보는 것이 일반적이 됐다.

 나 역시 그 동안 경력직 채용을 여러 번 진행하면서 그 때마다 평판 조회를 하곤 한다. 다른 분야도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 IT 바닥은 워낙 이직도 잦고 인력 풀도 작다보니 좀 규모있는 회사에 다닌 경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한 다리 정도만 건너 알아보면 대부분 평판 조회가 가능하다. 
 그런데 이 평판 조회를 할 때 절대 금해야 하는 것이 바로 지원자가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 직원에게 물어보는 것이다. 이건 말 그대로 '이 사람 우리 회사로 이직 준비한대요~' 라고 광고하는 것과 다름 없다.

 심지어 이렇게 현 직장 동료에게 평판 조회를 하는 건 채용하는 입장에서도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 우리 회사에 모 팀장(이하 A씨)이 있었다. 직접 같이 일해 본적은 없어 모르지만 간접적으로 얘기 듣기로는 일 처리도 썩 훌륭하지 못한데 유관 부서와 사이도 틀어지고 팀원들 차별하고 (심지어) 여성 팀원들을 성희롱에 가까운 대접을 하는 등 제대로 호구짓을 했었다고 한다.
 결국 팀원들이  몇 년을 못 버티고 줄줄이 퇴사하더니 팀이 해체되었고 A씨는 팀원으로 강등돼 다른 팀(이하 B팀)에 합류됐다. 그런데 거기서도 적응 못하고 팀원들과 사이가 안 좋았었나 보다. 얼마 후 A씨는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는데 지원한 회사로부터 B팀의 한 팀원에게로 평판 조회가 왔었다.
 그 팀원은 자신에게 문의한 그 사람에게는 좀 미안했지만 워낙 A씨를 다른데로 보내버려서라도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엄청나게 칭찬을 늘어 놨다고 한다. 물론 A씨는 지원한 회사에 합격해 회사를 옮겼다.

 평판 조회는 지원자의 전 직장 동료, 혹은 현 직장에서 최근에 퇴사했거나 우리 회사로 이직해온 사람 등 현재 지원자와 업무적으로 엮여 있지 않은 사람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간혹 자기 친구 중에 그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 있으니 그 친구한테 살짝 물어보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 역시 삼가야 한다.

 만약 평판 조회를 요청할 적절한 사람을 찾기 쉽지 않다면 평판 조회는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맞다. 나 좋은 사람 좀 뽑아 보겠다고 그 사람의 직장 생활에 불이익을 끼쳐선 안된다.
 게다가 그렇게 할 정도까지 평판 조회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것은 아니다. 내 경험상 평판 조회는 생각보다 그렇게 신뢰도 높은 지표는 못된다. 그저 이력서나 인터뷰를 보완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단 한 사람의 평가일 경우 더욱 그렇다.)

 채용이란게 워낙 좋은 사람 만나기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이다 보니 자칫 신중함이 떨어지기 쉽다. 하지만 경력직을 채용할 때는 지원자에 대한 배려가 많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덧글

  • 졸가메 2012/10/24 17:16 # 삭제 답글

    기본적인 이야기인데 잘 지켜지지 않는가보네요..

    고용하는 사람 의 입장 이라고 생각해서 일까요? 일명 갑. 의 입장..

    헤드헌팅이면 갑이라고 볼 수도 없는 입장인데 흠..; 본문 말씀처럼 그사람에게는 안갈듯 하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012/12/10 14:2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네단빵 2013/04/29 17:57 # 삭제 답글

    너무 맞는 말입니다. 압권이네. 같이 일하기 싫어서 좋은말 한다....
  • 백범 2015/04/27 20:42 # 답글

    그런 일이 실제로 종종 있기는 있었나 봅니다. 같이 일하기 싫어서 일부러 좋은 말을 늘어놓았다는... 헐.
  • gimmesilver 2015/04/29 14:50 #

    네 위 사례 외에도 몇 번 경험해 본 바에 의하면 레퍼런스 체크는 그다지 신뢰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prelude 2017/02/03 01:15 # 삭제 답글

    법적인 규제가 필요해보이네요.
    상대방의 동의없이 이렇게 맘대로 하는건 명백한 사생활/개인정보 침해행위입니다.
    지원자에게 엄청한 피해를 줄수도 있고요.

    이런 것이 버젓이 행해진다는게 믿기지가 않네요.
  • gimmesilver 2017/02/03 20:21 #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실제론 매우 빈번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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