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mmesilver's blog

Agbird.egloos.com

포토로그



알파고와 이세돌 바둑 1차전 단상 단상

  이미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해 얘기했지만 나 역시 워낙 충격적이라 글을 안 남길 수 없다. 이세돌의 압승을 예상했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세돌이 긴장해서 실수했다 라는 반응이다. 물론 내가 아침 뉴스에서 이세돌 인터뷰 영상을 봤을 때도 무척 긴장한 기색이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번 시합의 의미는 세계 최고수가 약간의 실수만 해도 AI가 이길 정도로 실력 차이가 좁혀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바둑은 격투기처럼 실수로 인한 한방에 KO되는 경기가 아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설령 이세돌의 '실수'라고 해도 그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비록 이제 1차전이 끝난 것이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첫 번째 시합이었기에 그 충격이 더 크다. 주변의 몇몇 분들은 이로 인해 바둑과 AI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커질 것이라던데, 내 생각엔 만약 최종적으로 이세돌이 이긴다면 모를까 혹여라도 이세돌이 총 전적에서 패배한다면 부정적인 영향도 꽤 클 것이다. 어쩌면 줄기 세포 연구처럼 기독교 보수 단체 같은 곳에서 인공 지능 연구 반대 시위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예전에 서봉수 9단에게 누가 '만약 바둑의 신이 있다면 그 신과 바둑을 둘 때 몇 점 접고 두면 이길 수 있을까?' 라고 질문하자 '석 점이면 충분하다' 라고 딱 잘라 말했다고 한다. 그게 한 20여년 전이니 그 땐 그저 흥미로운 질문과 추측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시간이 좀 지나면 충분히 검증 가능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이번 시합에 대해서 인공 지능 관련 종사자들 역시 꽤 충격을 받은 반응을 많이 보이는데 아마도 그 가장 큰 이유는 예상보다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과거 사례로 비추어 볼 때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따라서 이젠 '특이점'이라던가 '초인공지능' 같은 얘기가 정말 현실적이 되어 버렸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각 기업체나 정부에서 관련 연구에 대한 투자를 더 많이 하게 될테니 더 미래를 예상하기 힘들다. 물론 어떤 이들은 겨우 '바둑'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할 것이다. 전에도 그래왔다. 겨우 '체스'이고 고작 답이 정해져 있는 '퀴즈쇼'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인공 지능은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듯이 인공 지능의 수준이 높아지면 인간의 직업군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다. 특히 현재 높은 인정을 받고 있는 상당수의 직업군이 쇠퇴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위 말하는 '사'자 직업(변호사, 의사, 회계사, 교수는 '사'자는 아니지만 포함)의 위상이 급격히 무너질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되어 있는 미래이다. 다만 그 미래가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현실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에서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혹시 주변에 이런 직업군을 꿈꾸는 청소년이 있다면 빨리 말려야 할 듯...(심지어 나 역시 진지하게 제 2의 직업을 갖는 것을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한편, 페이스북에 이런 글이 있었다. '당신은 전문가이니 만약 틀리면 자리에서 물러나라' 라는 반응인데, 이 글을 쓴 사람도 인공 지능이 전공은 아니지만 교수이고 심지어 붉은색으로 밑줄그은 댓글을 쓴 사람은 인공 지능을 전공한 교수이다. 글쓴이의 논리대로 라면 이 댓글을 쓴 사람도 해당 분야 전문가이니 만약 알파고가 한번이라도 더 이기면 손목을 내놓아야 겠지만 아마 '허...정말 이럴 줄은 몰랐다. 충격적이다.' 정도의 반응을 보이겠지...결과가 나오고 나서 이 글에 다시 들어가 보니 다들 조용하다. 남의 허물엔 냉혹하면서 자신의 실수엔 관대한 것이 사람이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